이전에 만났던 사람들에게 흔히 부렸던 투정들, 가끔씩 드러냈던 예민함의 정도보다
훨씬 덜, 어쩌면 그냥 귀여운 수준이었지만
그냥, '표현했던' 것이 문제였다.
그 수준과 정도는-
내 기준에서의 판단이었다.
그 사람에게는
아주 조금의 생채기도 나게 하면 안 된다.
보통 연인들이 다투는 정도의 10분의 1도 우린 다투고 있지 않지만,
그냥 서운함을 표현하거나, 속상함을 표현하는 것이 다였긴 했지만
그걸로도 그 사람은 아주 아주 위태로워 질 수 있다.
본가를 힘들어하면서 자꾸만 그 곳에 잡혀있고, 얽혀있고,
내 생각으론- 거절할 수 있는데 거절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,
그에 대해 속상한 티를 냈었다.
그리고 그 전화 이후, 그 사람은 자살기도를 했다.
평생 잊혀지지 않는 충격일거다.
죄책감, 충격, 놀람을 넘어서- 어안이 벙벙하기까지 했다.
나는 앞으로, 이 사람과 부정적인 감정을 교류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걸, 뼈저리게 느낀 순간.
나는 아무 짝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, 오히려 나로 인해 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피부로 배운 순간.
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까지일거라고는 정말 몰랐다.
한 번도 이 사람으로 인해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.
나는 어쩌면,
그럼에도 사랑하겠지만서도
나를 조금은, 잃어버릴 수 있겠구나.
좋아하면 서운하고, 질투도 나고, 더 보고싶고, 같이 있고싶고, 더 알고싶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
그 당연한 것을, 어쩌면 나는 조금씩 포기해갈수도 있겠구나.
항상 기다려왔던 쪽이기에
이젠 그 사람의 감정과 기분이 나와 비슷해지기를 기다리는 게
많이 익숙해졌지만,
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것임을 안다.
눈 앞에서 보고 느끼는 그 사람의 기분에 따라
매일같이 그 템포를 맞춰야하는 나 또한,
억울할 만큼 절실하고, 간절하다.
조금씩 방향성을 잃어가는 듯한 내가, 너에겐 점점 커지고만 있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도 물론 있다.
부쩍 너에게 서운한 마음이 많이 드는데
그걸 표현하는 것 조차 나는 너무 무서우니까.
네가 떠날까봐? 아니, 죽을까봐. 다칠까봐.
나는 도무지 모르겠다.
이럴 땐 정말이지 너의 귀를 막고선 얘기하고 싶다.
나
어떻게 해야 하냐고,
무섭다고, 나도 똑같은 사람이라고.
살려달라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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