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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

무력함에 대하여

무력하다, 라고 느껴질 때 만큼 비참할 때가 없다.

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,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만큼 허탈할 때가 없다. 

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문 앞에서 이 감정을 마주하면, 나는 문고리를 돌릴 새도 없이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.

시한폭탄처럼, 이 무시무시한 감정이 날 언제든지 반길 준비를 하고 있다.

 

 

 

 

그럼에도, 

그 문고리가 불에 달궈진 것이던 이 문짝이 부서져 나를 덮칠 예정이던 간에 일단은 부딪쳐보겠지만

사실은 문득 문득 겁이 나는 것도 맞다. 

사람이니까.

 

 

 

 

혼자 있어봐야 가라앉는 것이 있고, 누군가 옆에 있을 때 가라앉는 것이 있다.

그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며, 나도 마찬가지이고, 모두가 그럴 것이란 것도 안다.

 

그래서 나는 오늘도 혼란 속이다.

그 '상황' 에 대하여-

그 사람이 지금 필요한 것이 나의 존재인지, 나의 부재인지에 대하여

나는 언제나 오롯이 해석해야 한다.

 

가끔 그 해석이 틀렸을 경우엔,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을 짊어질 거다. 

혼자 두었기 때문에. 혹은 혼자 두지 않았기 때문에.

그 죄책감은 죄책감에서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. 이는 나에 대한 분노로 번지고, 또 슬픔으로 번지고,

결국엔,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, 무력함으로 나타날 거다.

 

 

 

 

나도 누군가를 케어하는 데 헌신할 만큼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다.

내 마음보단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훨씬 편하니까, 나 아프다고 알리는 것 보다 남 아픈 걸 눈치채는 게 휠씬 쉬우니까.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 위태로운 사람부터 일단 건지고 봐야겠다는 생각인 거다.

 

 

날 뭉개고 있는 걸까?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.

그 사람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, 웃으면 나도 웃고.

지금 난 그걸 사랑이라고 본다.

그래서 지금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거다.

완전히 이성이 나간 병신이 된 거다.

 

 

-

 

사랑하게 됐다.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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