우리는 참 이상했다.
이상하리만큼 매서운 속도로 가까워졌고,
이상하게도 그 시기는 우리가 몸 담고 있던 집단의 마지막 날이었다.
가까워지는 건 순식간이었지만
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요만큼도 없었다.
네가 어떤 대학교의 어떤 학과를 다니는지도 나는 그 날 처음 알았으니까.
우리의 대화가 그 마지막 날 처음 이루어졌으니, 어떻게 보면 뭐 당연한 인과겠다.
우리는 참 이상했다.
서로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았음에도 불구하고
내가 한계일 때면 네가, 네가 한계일 때면 내가 놓지 못하곤 했다.
우리는 시작부터 참 어긋났었다.
너와 이렇게 5개월 남짓을 만나고 있다는 게 어쩔 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적적이라 느껴질 만큼,
우리는 정말 어긋나고 또 어긋났던 출발선을 끊었다.
그렇게 조금씩 너에 대해 알아가며
나는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무수한 것들을 느껴야 했다.
내가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애라는 걸 너를 통해 깨달았다.
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건, 설사 그것이 실행을 기반에 둔 이야기가 아니라 해도,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.
너를 속였던 날도, 네가 평소만큼 사랑스럽지 않았던 날도, 너 때문에 내 모든 하루가 무너졌던 날도, 그래서 내가 아팠던 만큼 너에게도 비슷한 정도의 상처를 주고선 떠나려 했던 날도 있었다.
연애라는 게 이렇게도 어려운 거라면. 고작 연애라는 게 날 이렇게까지 괴롭게 하는 거라면
나는 그것을 필히 버려야겠다고
한 발짝도 못 가 끝나버릴 다짐들을, 울면서 참 많이도 해보았다.
우리는 참 이상했다.
정말 많이 달랐지만 겹치는 부분 또한 상당했다.
나와 닮아있는 부분들에 안쓰러워지다가도
나랑 너무 다른 부분이 의식될 때면 본능적으로 주춤 하며 뒷걸음질 하곤 했다.
우리는 참 이상했다.
각자의 세상에서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는 우리는
서로의 생채기에 대해 누구보다 불쌍해하면서도
서로로 인해 생겨난 생채기에 대해선 지려 하지 않았다.
쥐고 있던 그 조그마한 자존심을 놓을지 말지 고민하다가
어긋나버리기 일쑤였다.
우리는 참 이상했다.
서로를 먼저 생각하다가 다치곤 했다.
우리는 아직도 참 이상하다.
이 이상한 연애는
위태롭지만 꽤나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.
정말로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.
다른 공간에서 분명히 서로를 의식하고 있을 게 뻔한데
누구 하나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
은연 중에 나를 삐죽 삐죽 드러내보이기만 한다.
알아봐달라고, 먼저 와달라고 소리치는 너와 나의 음소거가
이렇게 안 봐도 보이는데,
너와 나는 참 이상하게도
잡을 수가 없다.
우리는 참 이상하다.
이럼에도
서로를 놓을 수가 없는 걸 알고 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