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16일, 그리고 다시 D+1 (1)
[연애 초기]
너와 만난 지
200일하고도 약 2주 정도가 더 지났다.
그래.
대략 짐작 잡아,
반은 좋았고 반은 힘들었다.
오늘은
가장 첫 날부터 오늘까지-
너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돌아보기로 한다.
우선, 연애 초기.
일단은, 이 정도로 네가 오래 심각한 상태인 줄은 몰랐다.
마냥 좋은 게 앞섰기에- 알았더라도 그때의 내 선택은 같았을 거지만.
지금은 조금 오글거린다고도 생각되는 네 텍스트 말투가
그 때는 왜 그리도 설렜는지 모르겠다.
어쨋든 그 때의 난 사랑에 가득찬 열정꾼이었고,
네가 나로 인해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다짐만으로 너와 함께 했다.
그래, 솔직해지자면
지금보다 훨씬 더
너에게 설레어 했고,
네가 아픈 날이면
같이 울었고 같이 속상했고 같이 생채기가 났다.
그러면서 더더욱 네가 나로 인해 좋아지기만 한다면- 하는 맘으로
난생 처음 해보는 일들도 마다하고 이것 저것 시도해보며
나는 분명히 너에게 좋은 애인이 아닐 수 없다 확신했다.
순전히 나의 입장일 뿐이지만- 어쨋거나 너와의 연애 초기가 그렇게 나름 순탄히 흘러가고 있던 그 날들 가운데
처음으로 싹이 텄던 사건이 발생한다.
나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던 중이었고,
가족 사정으로 속상한 일이 있어
알바에도, 내 할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널 찾았던 날이었다.
알바를 마치면 아침이었기에
아침형 인간인 네가 막 하루를 시작할 즈음이었고,
그 패턴이 나름 잘 맞아 떨어져
그 날 퇴근 후 너의 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데이트를 하자는 약속을 했었다.
그 시간만 목 빠져라 기다렸다가 쏜살같이 너의 집으로 달려갔는데,
책상 위엔 각종 밴드나 약들이, 잠든 네 손목에 자해 상처들이
가득하더라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