버리고 버려지는.
정말, 헤어질 뻔한 날.
한번 미끄러져보니 알겠다.
이 관계는 틀렸다.
더 비참한 건,
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
도저히 실행할 수가 없다는 거다.
사랑하지만 더 아프기 싫다는 널 붙들고 놓지 못했다.
지금 네가 이 문을 나가면, 내가 무슨 짓을 하게될지 몰라서
그게 무서워서
그러니까, 너보다는 나 때문에
끝까지 못돼쳐먹었게도 난 그 순간에도 나였다.
이틀 간 잠시 시간을 갖고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 채
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아르바이트에 나가 정말 기계처럼 일만 했다.
어떻게든 나가서 몸을 움직이고 입을 열다보니
아침보단 한결 나았다.
동생과의 카톡에도 정말 큰 치유와 위로를 받았다.
언제부터 생각이 이렇게 깊었지 싶을 정도로 동생은 혈육이 봐도 참 괜찮은 아이다.
이런 저런 시간들을 보내면서-
생각보다 너 없는 하루도 버틸만 하구나, 란 생각이 채 스며들기도 전에
너에게 연락이 온다.
기다리라고 해놓고 미안해,
오늘 밤에 갈게
내가 밀어냈으니 오늘은 내가 가고싶어,
라는 톡이 5분 내로 지워진다.
어렵다, 오늘 오라고 하면 갈게.
이따가 보러 갈게. 이제 더 말 안바꿔.
더 이상 지속되면 안 될 관계라는 걸 알고 있는데,
이 끈을 도저히 끊어낼 수가 없다.
지금껏 써왔던 내 이전 글들도
네가 벅찰 때마다 속으로 되뇌었던 다짐들도
결국 다 쓰잘데기 없는 거였다.
정말 요만치의 힘조차 발휘하지 못하는
부질없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다.
미안해.
오늘 혼자서 난 정말 정말 이기적인 다짐을 했어.
내가 널 지금보다 훨씬 덜 좋아할 때,
네가 없는 당장을 생각해도 별로 아프지 않을 때,
너 없이도 괜찮을 것 같을 때,
그때 놓을래.
더 이상 너 때문에 아프지 않을 때,
나 혼자서도 괜찮을 것 같을 때
그 때 다시 놓아줄게
지금은 내가 너무 아파서 안되겠어,,
이용한다고 생각해도 돼
그 때 가서 날 죽도록 원망하고 저주해도 돼
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을지도 몰라
오늘도 난 오롯이 혼자서도 꽤 나쁘지 않은 하루를 보냈거든.
괜찮은 하루를 위해 매일 매일을 죽도록 노력하면, 언젠가 너의 부재 또한 금방 익숙해질지도 몰라
그 때는 절대 붙잡히지 말아줘 :)
그러니까 지금은.
내가 너 없으면 안되는 지금은
내가 어떤 못된 짓을 하건
너에게 무슨 상처를 주건
내 옆에 있어줘
나도
지금보다 덜 좋아하려고 노력할게
_
누가 날 어느날 갑자기 죽였다가 다시 살려줬으면 좋겠다.
아플 거라고 예상도 못하고 있다가 그냥 갑자기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.
잠시 죽었다 살아나는 약을 얻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이
이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.
결국에 내가 또 널 울게 만들거란 걸 알고 있으면서
나 아플 거 두려워서 널 버리지 못하는 나를
누가 좀 죽여줬으면 좋겠다.